ssil 이야기/육아 이야기

이겨야만 직성 풀리는 아이, 어떻게 할까?

ssil 2011. 12. 9. 14:37
친 구와 놀거나 게임을 할 때 본인이 지거나 불리해지면 분에 못 이겨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아이들이 있다. 아빠나 동생과 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승부욕이 있다. 적당한 승부욕은 성취감을 맛보는 데 원동력이 되며,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활동적이고 의욕이 높아 커서도 진취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승부욕에 집착하는 경우 친구들과의 대인관계에서 트러블을 야기하거나 좌절감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놀이나 게임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게 아니라 승부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것.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는 쉽고 편안한 것만 계속하려고 들며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나친 아이 중심, 과도한 칭찬이 원인

놀 이 자체를 즐기지 않고 승패에만 집착하는 아이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에서 아이 중심의 생활을 해온 경우가 많다. 집에서 놀이할 때 부모가 항상 아이 먼저 시작하도록 우선권을 주거나 이기는 기쁨을 주기 위해 늘 일부러 져준 경우가 대표적. 아이의 응석을 '오냐오냐' 다 받아주고 아이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과도하게 칭찬하며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는 이겨야만 '좋은 것', 지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문제는 집에서 부모와 게임이나 놀이를 할 때 항상 이기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보니 항상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 난생처음 좌절감을 느낀 아이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짜증이나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나쁜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대 부분 지는 것을 못 견디고 항상 이기려고 하는 아이는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유독 큰 경우다. 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잘해야만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 또한 부모의 태도가 너무 엄격한 경우에도 아이들은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승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은 '진다'는 느낌 자체를 견딜 수 없어 한다. 지는 것을 자기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으로 느끼는 것. 이기고 잘했을 때에만 사랑받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빨리 승부가 나는 게임 반복하기

아 이들은 이기고 지는 것, 잘잘못과 관계없이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때 진정으로 자신감이 자리잡는다. 화를 내는 아이에게 "자꾸 화만 내면 너랑 아무도 놀지 않아. 너 평생 혼자 살래?" 식으로 위협하는 것은 금물.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아무도 나랑 친구를 안 하려고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아이에게 말을 할 때에는 남을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아이만 옹호하고 칭찬하는 말은 피할 것. '~와', '함께', '같이'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칭찬하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하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보다 짧은 시간에 빨리 승부가 나는 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기고 지는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이기는 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것. 승부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질 수도 있고 지더라도 엄마 아빠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획: 황선영 기자 | 사진: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