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5주 24년도 1학기 수업이 끝났습니다.
1학기를 시작할 때는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라 학생들도 낯설겠지만, 저도 무척이나 낯설고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합니다.
학기가 끝날 때가 되면 이제 학생들 얼굴과 이름도 알고, 각자의 스타일이나 성격도 조금 알게 되고 친밀감도 생깁니다.
이번 학기에 나의 수업에는 재수강을 하는 3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들은 제작년에 처음 만나서 1년간 내 수업을 들었었는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부족해서(제가 그때 F학점을 줬습니다.ㅜㅜ) 이번에 다시 나의 수업을 신청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수업의 학점이 꼭 있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했기에 졸업 잘 할 수 있게 잘해 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은 열심히 수업에 참여를 해서 학점을 잘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했는데, 두 명은 수업에도 잘 안 나오고, 연락도 잘 안되었습니다. 처음의 다짐이 흔들리며 갈수록 화가 나서 F학점을 다시 줘야겠다고 마음이 굳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종강 전 주에 연락이 와서 정중히 사과를 하고, 부탁을 하기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종강 수업에 반드시 출석할 것과 제시한 과제를 종강 수업에 와서 반드시 제출할 것! 하나라도 안되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다행히 종강수업에 출석을 했고, 과제 제출을 했습니다.
저는 화내거나 혼내는 걸 잘 못해서 진짜 웬만해서는 혼내는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 학생들에게는 나 나름대로 혼을 냈습니다. 3학년부터 봐왔던 학생들이라 그림도 잘 그리고, 센스도 있는 걸 아는지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이러면 안 된다 등 잔소리도 했습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와 다르게 이제 필이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학생들이다 보니 자꾸 엄마 마음이 들어서 학생들이 마냥 예쁘기도 하고, 귀엽고, 안쓰럽기도 하고, 자취생들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 속마음이 너무 보여서 등짝 스매싱을 해주고 싶기도 합니다.
재수강 학생들로 인해 마음고생해 본 경험은 처음이라 정말 당황스러웠고, 또 이 학생들이 걱정도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는 부디 잘 살아가기를 바라며 마음으로 짧게 기도했습니다.
매 학기 수강생 중 보통 편입생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 명의 편입생이 있었습니다. 어려 보여서 나이가 많은 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나이도 많았고, 이미 다른 전공으로 석사 졸업만 앞둔 상황인데, 꼭 해 보고 싶어서 편입을 했는데, 자신과 맞지 않아 본래의 전공으로 돌아간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편입생이나 전과생들은 간혹 수업에 따라오기를 힘들어하곤 해서 특히 신경을 쓰는데, 이 전공이 좀 어렵게 느껴졌나 봅니다. 씩씩하게 후회 없이 해 보고 싶은 것 해보고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기쁘게 격려해 주며 헤어졌습니다.
남학생 두 명은 1학기 마친 후 군대에 간다고 합니다. 군대를 가는 학생들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필이에게도 일어날 일이기에 특히 마음이 쓰입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서 복학한 후에도 같이 수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학기에도 이번 학기에 만났던 학생들을 거의 대부분 만나는데, 이번에는 헤어지는 학생들이 많이 있어서 좀 아쉽습니다.
모두 각자의 길에서 잘 살기를 바랍니다.
한 명 한 명 귀엽고 예쁜 학생들, 방학 잘 보내고 다음학기에 만나서 함께 수업하기를 기대합니다.
수업이 있는 요일에는 학교에 늘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하게 됩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카페에서 조용히 수업을 기다립니다. 오늘은 학생들 발표 준비랑 포트폴리오 평가, 공모전 제출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봐줘야 하고 일이 많은 날이라 일찍부터 준비하고 수업을 기다렸습니다.
실기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화장도 못하고, 밤새 과제 후 수업에 와서 졸기도 하고, 급기야 아침에 잠들어 수업 끝날 때 나타나나기도 하고, 미대생이면 공감되는 현상들이 늘 있습니다. 종강 때는 그 절정입니다. 모든 실기수업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고, 발표도 해야하고, 공모전에도 제출해야하고, 모두 초췌합니다. 마지막까지 포트폴리오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이렇게 발표를 해 보면, 한 학기 동안 고생한 결과물들을 쭉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아쉬운 부분도 보여서 다음에는 저 부분에 신경을 좀 더 써 줘야겠다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캠퍼스는 늘 푸르릅니다. 나이가 점점 더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지금도 캠퍼스의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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